수백년 내로, 인류는 세상 만물을 만들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못 만드는것도 비용적인 문제가 크겠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생명 공학 분야는 앞으로 50년 안에 대격변을 겪을것이다.
이 50년이란 시간 조차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지 않는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면 앞으로 30년 내에 생명공학 분야에 대격변을 일궈낼거라 확신한다.
여기서 대격변이란 실제 모든 유전정보의 패턴과 얽힘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이상 유전적 문제는 장애가 아니다.
이 시점에서 인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더이상 다운증후근, FFI 등 유전에 의한 문제는 물론이고,
그 치료법이 유전자를 조작해 얻을 수 있다고 예상되는 HIV 등도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만약, 존엄을 들먹이며 이를 저지한다면 한가지 모순점이 생긴다.
현재 끔찍한 질병으로 눈앞에서 고통받고 있는 병자를
고칠 수 있음에도, 고통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게 인류가 추구하는 존엄일까.
상대적으로 작은 논의 끝에 이러한 허울뿐인 존엄은 무시될것이 뻔하다.
아픈 병자를 앞에 두고 존엄을 부르짖는 모순을, 인류는 견딜 수 없을것이다.
그 후에, 이러한 유전자 조작은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적용될 것이다.
이제 아기는 더 멋지고, 예쁘고
튼튼한 골격을 가지는 등 여러가지 유전적 조작을 받아 태어날 것이다.
난 여기까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올더스 헉슬리가 저술한 멋진 신세계의 명언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 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야만인이 도전적으로 말했다.
"나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겠어요."
"늙고 추악해지고 성 불능이 되는 권리와
매독과 암에 시달리는 권리와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고생하는 권리와
이 투성이가 되는 권리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아갈 권리와
장티푸스를 앓을 권리와
온갖 종류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으로 괴로워할 권리는 물론이겠고요."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그런 것들을 모두 요구합니다"
라는 말은 멋진 말이지만, 저것을 현실에서 원하는건 1% 남짓일 것이다.
편하고, 안락하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던.
우리 유전자 속에 수십억년간 축적된 욕망을 종 전체가 억누를 수는 없을 것이기에...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내 생각엔, 생명 공학을 통해 복제 인간을 만드는 지경까지는, 이질감으로 인해 도달하지 못할것이다.
물론, 여기서 장기나 손, 발을 복제하는것은 허용될 것이지만,
인간의 의식을 구성하는 뇌를 직접적으로 복제하는것-
나아가 그 뇌 내에 기억을 삽입하는 행위.
그런 일들은 직접적인 이질감으로 인해 도달하지 못할것이다.
문제는,
생명 공학의 틀을 벗어나 인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이다.
예쁜꼬마선충을 들어 보았는가? 이 벌레는 마치 플라나이아 처럼 생긴, 그것보다 훨신 작은 벌레이다.
수년전, 인류는 이 작은 벌레의 신경망을 모두 해독해
그 내용을 한 로봇에 이식하였고
그 로봇은 실제 예쁜꼬마선충 처럼 움직였다.
나는 여기서 실로 심오한 생각을 한가지 하게 된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존엄하게 하는가?"
나는 그 이면에 각 개체가 유일하다는 특성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란성 쌍둥이도 유전자가 100% 일치하지 않는다.
때문에 쌍둥이는 서로 닮은 형제가 존재함에도 각각이 존엄하다.
하지만, 만약 앞으로 로봇의 신체에 인공지능을 탑재하게 된다면.
그럼에도 우리는 존엄할 수 있을까?
분명히 인류는 그 지점까지 도달할거다.
같은 DNA 를 지니고, 같은 기억을 지닌, 같은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단지 세포로 이루어진, 단지 금속으로 이루어진
그 두가지를 차별할 근거가 우리에게 존재할까?
인조인간,
그를 때리면, 맞서거나, 두려워할 것이며
그를 사랑해 주면, 그는 기뻐할 것이다
그를 따돌리면, 그는 슬퍼할 것이다.
선선한 가을날에 같이 손을 잡고 단풍을 보러 간다면 기뻐할 것이고,
생에 첫번째로 내리는 눈을 보면 신기해 하며 기뻐할 것이다.
인간과 다를게 없다.
우리 안에 있는 검증되지 않은 영혼따위가, 그에게 없다는 추측만으로
두려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인격 존재를, 차별할 근거가 없다.
우리는 존엄하지 않다.
유일성이 존엄함과 매칭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존엄할 수 있는가.
모래사장에 있는 모래 한톨은 존엄하지 않는가?
콜라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일련번호가 2351233 인 콜라캔은 존엄하지 않은가?
그런 물음을 던진다.